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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낭 재생, 모발이식의 한계 넘을까…김범준 교수에게 물었다 - 생쥐 상처 모델서 14일째 털 성장 확인…“환자 치료보다 탈모 신약 평가 모델로 먼저 발전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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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9-30 14: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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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피부 상처에 세포를 담은 이중층 구조물을 이식한 실험의 개요(A)와 시간에 따른 변화(B). 위쪽 사진은 세포가 없는 하이드로젤 대조군, 아래쪽은 세포를 포함한 구조물 이식군이다. 이식군에서는 14일째 눈으로 보이는 털 성장이 관찰됐다. 출처: Park 등,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2026), Figure 6A·B.


새로운 모낭을 만들 수 있다면, 모발이식에 필요한 모낭이 부족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자가치유 하이드로젤을 이용해 동물실험에서 새로운 모낭 형성을 유도하면서, 이 기술이 실제 탈모 치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인다.

탈모인뉴스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연구 성과와 향후 활용 방향을 물었다. 김 교수는 생쥐 실험에서 눈으로 보이는 털 성장을 확인했다며, 장기적으로 모낭 공급의 한계를 줄일 가능성을 설명했다. 다만 실제 환자 치료에 앞서 탈모 신약 후보물질을 평가하는 연구 모델로 먼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모낭이라는 ‘털 공장’, 세포의 배치까지 설계했다

이번 연구는 중앙대병원 성형외과 강신혁·피부과 김범준 교수와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고원건 교수 공동연구팀이 수행했다. 서로 다른 세포를 담은 하이드로젤 구조물을 조립해 피부의 층 구조를 본뜨고, 모낭 형성에 필요한 세포 간 상호작용을 유도한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모낭을 작은 ‘털 공장’에 비유했다. 공장이 만들어지려면 털을 구성하는 세포, 성장 신호를 보내는 세포, 주변을 지지하는 세포가 적절한 위치에서 서로 소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이드로젤은 세포들이 살아가고 자리를 잡도록 돕는, 물을 많이 머금은 젤리 같은 소재다. 이 가운데 자가치유 하이드로젤은 끊어진 연결이 다시 이어지고, 따로 만든 젤 조각들이 맞닿으면 서로 붙는 성질을 갖는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세포를 담은 블록을 따로 만든 뒤 위아래로 붙여 피부의 층 구조를 본뜬 조직을 제작했다.

김 교수는 “차별점은 세포의 종류뿐 아니라 ‘어디에 배치하고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까지 설계했다는 데 있다”며 “자가치유라는 이름이 젤 자체만으로 탈모를 치료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4일째 털 성장 관찰…장기 성장주기는 다음 과제

연구팀은 생쥐의 피부 상처에 구조물을 이식한 뒤 14일째 눈으로 보이는 털 성장을 관찰했다. 총 평가 기간은 21일이었다. 조직검사에서도 모낭 구조를 확인했으며, 이식한 사람 세포가 재생 과정에 참여한 근거를 확보했다.

이는 모낭과 유사한 구조를 만드는 데서 나아가 실제 털 성장까지 관찰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음 과제는 새 모낭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털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털이 자랐다’는 것과 ‘그 모낭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털을 계속 새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다른 수준의 증거”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성장과 휴식을 거쳐 다시 털이 나는 주기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지까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성형 탈모가 진행된 두피에 적용하려면 추가 과제도 있다. 상처가 회복되는 피부에서는 조직 복구 반응이 일어나지만, 남성형 탈모 두피에서는 유전적 소인과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모낭이 점차 작아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사람 두피에서 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이식 방법과 함께, 새 모낭이 탈모를 일으키는 환경에서도 기능을 유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발의 굵기와 밀도, 자라는 방향, 기존 탈모약과의 병행 필요성도 검토 대상이다. 새 모낭이 염증이나 비정상적인 조직 증식 없이 장기간 유지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모낭 수의 한계 줄일 가능성…치료 방식은 아직 미정

기존 모발이식은 후두부의 모낭을 필요한 부위로 옮기는 방식이다. 따라서 채취할 수 있는 모낭 수에 한계가 있다. 세포를 배양해 새로운 모낭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러한 공급의 제약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도 이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으로 꼽았다. 다만 세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정상적인 모낭이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배양한 세포가 모낭을 만드는 능력을 유지하고, 새 모낭의 생착과 장기적인 기능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채취·배양한 뒤 모낭을 만들기 좋은 구조로 조립해 이식하는 방식은 향후 검토할 수 있는 방향 중 하나다. 그러나 세포 채취 부위와 배양 방법, 이식 형태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는 연구용 세포주도 사용됐으므로, 이를 환자의 자가세포로 완성한 치료법으로 이해하시면 안 된다”며, 실제 치료에 적합한 세포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로, ‘모낭의 무제한 복제’나 ‘기존 모발이식의 대체’로 표현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탈모 신약을 비교·평가하는 도구로 먼저 활용될 수도

이번 기술의 활용 분야는 모낭 재생 치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모낭 형성 환경을 구현한 구조물을 이용해 탈모 치료 후보물질의 반응을 비교하는 연구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환자 치료보다 탈모 치료 후보물질을 평가하는 연구용 모델이 먼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체외 이중층 구조물 모델에서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에 대한 반응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향후 여러 후보물질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고 유망한 물질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작 과정을 표준화하고, 실험마다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델의 반응이 실제 환자의 치료 반응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연구용 모델로서의 검증이 인체 이식의 안전성 평가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에 적합한 사람 세포로 결과를 재현하고, 새 모낭의 장기 유지와 성장주기, 안전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모낭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준 동물실험 결과이며, 실제 탈모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이러한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9월 14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취재 및 사: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
관련 논문: 자가치유 하이드로젤 기반 모듈형 이중층 피부 구조물의 모낭 재생 연구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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