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위고비 임상자료에서는 초기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한 사람에게서 탈모가 더 자주 보고됐다. (AI 생성 이미지)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고 살이 빠진 뒤, 머리를 감을 때마다 평소보다 많은 머리카락이 손에 묻어난다면 약 때문일까, 살이 빠져서일까. 체중관리 임상시험에서는 두 약 모두 위약보다 탈모 보고가 많았다. 위고비를 맞은 사람끼리 비교해도 체중이 많이 줄어든 쪽에서 탈모가 더 자주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체중 변화와 다른 각도에서 탈모를 살펴본 연구가 나왔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공통으로 작용하는 GLP-1 수용체가 남성형 탈모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고비 캐나다 제품설명서에 따르면, 위고비를 투여한 성인 중 처음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한 사람은 5.3%가 탈모를 보고했다. 감량 폭이 20% 미만인 사람에서는 2.5%였다. 두 그룹 모두 위고비를 맞았지만 감량 폭에 따라 차이가 난 것이다.
짧은 기간에 살이 많이 빠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변화가 ‘휴지기 탈모’다. 성장 중이던 모발 일부가 평소보다 일찍 휴지기에 들어가면 몇 달 뒤 두피 전반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양이 늘어난다. 한창 살이 빠질 때보다 체중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야 탈모를 체감할 수도 있는 이유다. 다만 위고비 임상자료는 탈모를 보고한 사람 가운데 몇 명이 휴지기 탈모였는지까지 밝히지는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허가사항을 보면, 체중관리 임상시험 두 건에서 탈모를 보고한 비율은 마운자로 투여군 4.7%, 위약군 0.8%였다. 마운자로를 맞은 여성은 7.1%, 남성은 0.5%가 탈모를 보고했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4mg의 미국 허가자료에서도 여성 4.0%, 남성 0.9%로 여성의 보고율이 높았다.
이 수치는 치료 중 머리가 빠졌다고 보고한 사람의 비율이다. 환자가 궁금해하는 또 다른 문제, 즉 약물이 모낭에 직접 영향을 미쳤는지는 임상시험의 보고율만으로 가려내기 어렵다.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 연구진이 주도하고 펜실베이니아대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등이 참여한 연구는 이 질문에 유전 자료로 접근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3일 국제학술지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발표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GLP-1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 ‘GLP1R’이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에, 마운자로는 GLP-1과 GIP 두 수용체에 작용한다. 연구진은 먼저 남녀 3만 1,684명의 자료에서 GLP1R 발현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 유전변이를 찾았다. 이어 남성 20만 5,327명의 별도 자료를 이용해 같은 유전적 특성이 앞머리와 정수리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는 남성형 탈모와도 관련이 있는지 살폈다.
분석 결과, 유전적으로 GLP1R 발현이 높을 것으로 예측될 때 남성형 탈모의 오즈가 약 7% 높았다. 오즈는 탈모가 있을 가능성을 없을 가능성과 견준 값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슐린 저항성과 테스토스테론 관련 요인을 고려한 추가 분석에서도 추정치는 비슷했다.
여기서 7%는 타고난 유전적 차이에서 도출한 수치다. 연구진이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은 남성 20만 명을 추적해 탈모 위험이 7% 증가했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또 탈모를 분석한 대상은 남성이었고 두 유전 자료 모두 참여자 대부분이 백인이어서, 여성이나 한국인에게도 같은 관계가 나타날지는 알기 어렵다.
지금까지 임상에서 관찰된 것은 위고비를 맞고 체중이 크게 줄어든 사람에게서 탈모 보고가 더 잦았다는 점이다. 이번 유전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 질문을 남긴다. 같은 속도로 비슷한 체중을 감량해도 GLP-1 계열 약을 쓴 사람의 앞머리나 정수리 모발이 더 빨리 가늘어질까. 그 답을 얻으려면 실제 투약자의 체중과 모발 굵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
GLP-1 수용체 유전자와 남성형 탈모에 관한 연구 및 연구진 설명. 학술지 논문 · 뉴욕대 랑곤헬스 발표자료
위고비 투여자의 체중감량 폭에 따른 탈모 보고율. 캐나다 위고비 제품설명서 PDF, ‘Hair Loss/Alopecia’ 항목
마운자로 체중관리 임상시험의 탈모 보고율.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마운자로프리필드펜주 허가사항
위고비 2.4mg 투여자의 성별 탈모 보고율. 미국 위고비 허가사항, ‘Hair Loss’ 항목
체중감량 후 휴지기 탈모의 원인과 경과. 영국피부과학회 휴지기 탈모 안내 ·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연구팀의 체중감량 후 휴지기 탈모 환자 140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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