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진료 세부 기준 개정안이 공개되면서 탈모약 처방을 위한 앱 이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비대면진료의 대상과 처방 기준을 구체화한 정부안이 공개됐다. 탈모약의 비대면 처방을 일괄 금지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대면진료 이력이 없는 환자에게 지역과 처방일수 제한을 적용한다. 앱으로 병원을 선택해 탈모약을 처방받아 온 환자들의 이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0월 18일 「의료법 시행규칙」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발표하고, 10월 19일부터 11월 9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절차로, 현재는 확정·시행된 규정이 아닌 입법예고안이다.
개정안은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 이력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분한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최근 6개월 이내 같은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는 그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이어갈 수 있다. 탈모로 직접 진료받은 병원에서 이후 같은 탈모 증상으로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해당 의료기관을 처음 이용하거나, 같은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지 6개월이 지났거나, 최근 대면진료를 받았더라도 증상이 다른 경우에는 ‘초진 비대면진료’ 기준을 적용한다.
여기서 초진은 탈모약을 처음 복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받았더라도 새로 이용하는 병원에 필요한 대면진료 이력이 없다면 초진 비대면진료에 해당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를 반복해서 받는 것만으로 대면진료 이력 요건을 충족하는 것도 아니다.
초진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환자의 주소지와 같은 시·도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허용한다. 경기도 거주자라면 경기도 소재 의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일부 환자에게는 지역 제한의 예외를 둔다.
처방일수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다. 다만 해당 질환의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료인이 기존 치료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1회에 한해 30일 이내로 처방할 수 있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 예외를 이용한 경우까지 포함해 1회로 제한한다.
따라서 개정안을 ‘탈모약은 비대면으로 7일치만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7일 제한은 초진 비대면진료에 적용하는 기준이다.
또한 이번 발표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등 탈모약 전체를 비대면 처방 금지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현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은 의약품을 한 번에 최대 9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 발표로 현재의 처방 기준이 즉시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본사업 전환을 위한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대면진료 이력이 있는 환자의 비대면 처방을 최대 90일로 제한하는 조항이 담기지 않았다.
개정안 제31조의3은 초진에 해당하는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를 원칙 7일, 조건부 예외 30일로 정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재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 상한을 정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90일 상한을 유지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는 뜻도, 현재의 90일 제한이 이미 폐지됐다는 뜻도 아니다. 현행 시범사업 지침과 새 제도의 시행규칙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본사업에서 재진 처방일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는 향후 확정되는 규정과 운영 기준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탈모 치료는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처방일수가 진료비와 방문 부담에 직접 영향을 준다.
이번 안대로라면 대면진료 이력이 없는 환자가 앱에서 병원을 골라 곧바로 장기 처방을 받는 방식은 제약을 받게 된다. 같은 시·도라는 지역 기준뿐 아니라 원칙 7일의 처방일수 제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병원을 직접 방문해 의사의 판단에 따라 충분한 기간의 약을 처방받는 환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약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추가 처방을 위한 비대면진료가 필요하지 않아, 탈모약 처방을 목적으로 앱을 이용할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다.
대면진료에서 장기 처방을 받을 수 있는 환자와 짧은 간격으로 처방을 이어가야 하는 환자에게 이번 개편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6개월 기준도 의무 방문 주기와는 구분해야 한다. 약이 남아 있더라도 반드시 6개월마다 방문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대면진료 이력을 바탕으로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려면 진료 당시 최근 6개월 이내 같은 병원·같은 증상의 대면진료 이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개정안에는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를 반기 전체 진료 건수의 30% 이내로 제한하는 기준 등도 포함됐다. 정부안의 방향은 대면진료를 중심에 두고 비대면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데 있다.
탈모 분야에서는 약의 처방 가능 여부뿐 아니라 환자가 어느 병원을 이용하고, 얼마나 자주 방문하며, 한 번에 얼마 동안의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초진 비대면진료의 문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면진료 후 이어지는 비대면 처방의 상한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편의와 플랫폼 이용 수요도 달라질 수 있다.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되는 의견과 정부의 최종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