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펠라지 파마슈티컬스가 10월 14일 발표한 PP405 임상 2/3상 첫 환자 투여 관련 보도자료. 사진=보도자료 화면 캡처
기존 모낭에 남아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해 모발 성장을 유도하려는 바르는 탈모 신약이 대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호르몬 억제와 다른 방식으로 남성형탈모를 치료하려는 후보물질 PP405다.
미국 펠라지 파마슈티컬스는 10월 14일 PP405의 임상 2/3상 시험인 ‘AWAKEN’에서 첫 환자 투여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이전 2a상에서 확인한 초기 모발 성장 신호를 바탕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PP405는 아직 허가받지 않은 개발 중 후보물질이다.
PP405는 모낭 줄기세포의 대사를 조절하도록 개발된 국소 저분자 약물이다. 줄기세포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두피의 기존 모낭에 남아 있는 줄기세포에 작용하는 접근이다.
표적은 ‘미토콘드리아 피루브산 운반체(MPC)’다. 세포가 포도당을 처리하면서 만들어낸 피루브산을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옮기는 통로 역할을 한다. PP405는 이 운반체를 억제해 모낭 줄기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개발의 바탕에는 미국 UCLA 연구진의 모낭 줄기세포 대사 연구가 있다. 연구진은 생쥐 연구에서 피루브산의 미토콘드리아 유입을 줄이고 젖산 생산을 늘리는 변화가 모낭 줄기세포의 활성화와 모발 성장주기 시작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쉽게 말하면, 모발을 만드는 세포가 다시 활동하도록 에너지 처리 경로를 조절하려는 것이다. 다만 ‘잠든 모낭을 깨운다’는 설명은 기존 모낭의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의미이며, 모낭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뜻은 아니다.
펠라지는 2025년 6월 발표한 2a상 결과에서, 탈모 정도가 높은 남성 하위집단의 반응을 소개했다.
PP405를 4주 사용한 뒤 추가로 4주가 지난 8주 시점에, 치료군의 31%에서 모발 밀도가 시작 시점보다 20% 넘게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같은 기준을 충족한 위약군 환자는 0%였다고 회사는 밝혔다.
이는 치료군 전체의 평균 모발 밀도가 20% 증가했다는 뜻이 아니라, 해당 기준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을 나타낸다. 짧은 사용 기간 뒤 모발 성장 가능성이 관찰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기존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결과는 아니다.
이번 대규모 시험은 이러한 초기 반응이 더 많은 환자에서도 재현되는지, 충분한 치료 기간을 거쳤을 때 개선이 얼마나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AWAKEN은 미국과 캐나다의 남성형탈모 환자 약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작위배정·이중맹검·대조 겔 비교 시험이다.
시험약은 PP405 0.05% 국소 겔이다. 등록자료상 대상은 18~55세 남성으로, 노우드-해밀턴 분류 Ⅳ·Ⅴ형에 해당하는 환자다. 처음 24주 동안 PP405와 유효성분이 없는 대조 겔을 비교하고, 이후에는 대조군을 다시 배정해 일부가 PP405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총 52주까지 관찰한다.
주요 평가변수는 24주째 정수리 평가 부위의 비연모 모발 수 변화다. 가느다란 솜털을 제외한 모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환자가 느끼는 두피 덮임의 변화와 모발 수가 20% 이상 증가한 환자의 비율도 살핀다. 모발 수의 증가가 실제 외관상 개선과 연결되는지 함께 평가하는 설계다.
회사는 여성형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임상 2상을 올해 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남성 대상 시험과는 구분되는 개발 일정이다.
PP405가 기존 탈모약을 대체할 수 있을지,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더 커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시험은 기존 약과의 우열이나 병용 효과보다 PP405 자체의 효과와 장기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등록자료상 주요 평가 완료는 2027년 12월, 전체 시험 종료는 2028년 6월로 예상돼 있다. 이는 임상 일정이며 출시 예정일은 아니다.
PP405의 첫 환자 투여는 남성형탈모 치료에서 새로운 작용 경로가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이다. 모낭 줄기세포의 대사 조절이라는 접근이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모발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이번 시험의 핵심이다. 실제 탈모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지, 개발 단계에 머물지는 향후 임상 결과와 허가 심사를 통해 판가름될 전망이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