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인뉴스 편집장 칼럼]
탈모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에게 약값은 매달 반복되는 생활비다. 같은 치료를 이어가면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저렴한 약국을 찾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런데 앞으로 약국이 ‘저렴하다’고 알리는 표현까지 제한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약국 명칭과 표시·광고의 제한 기준을 구체화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창고’, ‘마트’, ‘공장’ 등은 약국 기능 왜곡, ‘할인’, ‘특가’, ‘저렴’ 등은 의약품 과다소비 유도 표현으로 제시했다. 객관적 근거 없는 ‘최대’, ‘최고’, ‘최초’, ‘제일 큰’ 등도 제한 대상에 포함했다.
소비자를 속이는 광고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낮은 가격을 알리는 표현까지 제한하는 것이 진정 소비자를 위한 조치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약국의 기능은 이름보다 실제 운영에서 드러난다. 적절하게 의약품을 판매하고 조제하는지, 필요한 복약지도를 하는지, 환자가 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돕는지가 중요하다.
‘창고형’이나 ‘마트형’이라는 표현은 넓은 매장과 다양한 상품, 가격 경쟁력을 연상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약사의 역할과 약국이 지켜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런 매장에서 상담이나 복약지도가 부실해진다면 그 행위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부실한 운영이 바로잡히지는 않는다.
명칭 자체를 제한하려면 어떤 오해가 발생하고, 그것이 의약품 사용에 어떤 위험을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약국 기능 왜곡’이라는 분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탈모 환자의 입장에서 ‘저렴’이라는 표현을 과다소비 유도로 분류한 대목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처방받는 탈모약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를 거쳐 구입한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구매하는 구조가 아니다. 환자가 가격을 비교하는 이유도 대개 필요한 치료를 감당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장기간 복용할 약을 한 번에 구입하더라도 정해진 용량에 따라 사용한다면, 구매 수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과다복용이라고 볼 수 없다.
일반의약품의 불필요한 구매와 오남용 역시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약사의 상담과 복약지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격을 알리는 표현을 제한하는 조치가 어떤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낮은 가격과 과다소비 사이에는 설명해야 할 과정이 있다. 그 과정을 생략한 채 ‘저렴’을 위험한 표현으로 취급하면 환자의 합리적인 선택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규제가 소비자의 안전보다 약국 사이의 가격 경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는가.
이번 발표만으로 약사회의 이해관계가 반영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라면 그 효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살펴야 한다.
약국 간 상생은 필요하다. 다만 상생이 서로 가격 경쟁을 자제하고 높은 마진을 유지하는 의미가 된다면, 환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업계의 안정과 소비자의 이익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낮은 가격을 알리기 어려워지면 효율적인 운영으로 비용을 줄인 약국도 그 장점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판매가격 자체를 규제하지 않더라도 가격 경쟁의 통로를 좁힐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규제가 기존 사업자의 영업을 보호하는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지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김밥 한 줄과 자장면 한 그릇을 파는 자영업자들도 원가와 운영비를 줄이며 경쟁한다.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가 가게를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다.
물론 의약품과 음식은 다르다. 의약품에는 오남용 위험이 있고, 약국은 전문적인 관리와 복약지도를 담당한다. 이러한 특성에 맞는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차이가 낮은 가격을 알리는 표현까지 폭넓게 제한할 이유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의약품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약국 사이의 공정한 가격 경쟁은 가능해야 한다.
전문성이 가격 경쟁을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안전한 조제와 충실한 복약지도를 제공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하는 약국이라면, 소비자에게 그 장점을 알릴 기회도 있어야 한다.
이번 발표는 약의 판매가격 자체를 규제하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가격을 알리는 방식이 위축되면 환자의 정보 접근과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근거 없는 최저가 주장, 조건을 숨긴 할인 광고, 불필요한 대량 구매를 권하는 문구는 관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제품명과 함량, 수량, 실제 부담 비용을 명확하게 안내하는 정보는 환자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한할 표현뿐 아니라 허용되는 가격 안내의 기준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규제로 줄이려는 위험과 환자가 잃을 수 있는 정보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정책이라면 소비자의 시각에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탈모약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환자에게, ‘저렴하다’는 정보를 제한하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되는가. 그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규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탈모인뉴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