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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인뉴스(TMI 뉴스)

우울증약 1,800정 처방, 문제는 ‘약 배송’이었나 - 약사회, 비대면 처방 제한·약 배송 반대 근거로 제시…DUR과 의사·약국의 점검 과정부터 밝혀야
  • 기사입력 2026-09-16 12:47:24
  • 수정 2026-09-16 12:47:24


한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통해 여러 의료기관에서 같은 우울증 치료제를 반복 처방받은 정황이 확인되면서 비대면진료의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대한약사회는 이번 사례를 비대면진료 처방일수 제한과 의약품 배송 확대 반대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처방이 어떻게 여러 의료기관과 약국을 통과했는지에 대한 조사 없이 문제의 원인을 약 배송으로 돌리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흘 동안 9개 의료기관에서 동일 의약품 처방

대한약사회 김인학 정책이사는 지난 14일 전문언론 브리핑에서 회원 제보를 통해 접수된 반복·과다처방 의심 사례를 공개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한 환자는 지난 8월 3일부터 13일까지 비대면진료를 이용해 9개 의료기관에서 스타브론정 성분인 티아넵틴을 반복 처방받았다.

처방일수는 30일·60일·90일 등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처방일수가 600일로 표시된 내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장의 처방전에는 스타브론정을 1회 10정씩 하루 3회, 60일 동안 복용하도록 기재했다. 계산하면 총 1,800정이다.

스타브론정의 통상적인 용법은 성인 기준 1회 1정, 하루 3회다. 정상적인 60일 처방이라면 180정이지만 해당 처방전에는 그 10배에 해당하는 수량이 기재된 셈이다.

다만 1,800정은 9개 의료기관의 전체 처방량을 합산한 수치가 아니라 한 장의 처방전에 기재된 수량이다. 환자가 실제로 조제·구매하거나 전달받은 전체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1,800정이 실제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아

약사회는 여러 의료기관에서 발행된 처방전이 특정 약국에 집중됐으며, 해당 약국이 별다른 처방 점검이나 중재 없이 다수의 처방전을 조제하고 의약품을 환자에게 전달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1,800정이 기재된 처방전까지 실제로 전량 조제·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약사회가 제보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정부 조사 결과나 해당 의료기관·약국의 해명,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환자가 1,800정을 실제로 구매하거나 전달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확인된 것은 한 처방전에 총 1,800정이 기재됐다는 사실까지다.


항우울제지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약은 아냐

스타브론정은 주요 우울증 등에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항우울제이지만 국내에서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약은 아니다.

다만 허가사항에는 약물 남용과 의존 가능성이 기재돼 있다. 해외에서도 티아넵틴 과량 복용에 따른 중독과 사망 사례가 보고된 만큼, 1회 10정과 총 1,800정이 기재된 처방은 적정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약사회 “초진 7일·재진도 처방 상한 필요”

약사회는 이번 사례를 근거로 비대면 초진의 처방기간을 최대 7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진 비대면진료에도 별도의 처방일수 상한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재진 환자라고 하더라도 1년이나 2년에 가까운 의약품을 한꺼번에 처방하면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김인학 정책이사는 이번 브리핑에서 “재진이라고 해도 1년이나 2년에 가까운 분량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것은 환자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진뿐 아니라 재진에도 합리적인 처방일수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중복·과다처방을 막을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 배송을 확대하면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을 특정 약국을 통해 손쉽게 전달받는 이른바 ‘의약품 쇼핑’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약사회는 이번 사례를 비대면진료 처방 규제와 약 배송 확대 반대의 근거로 동시에 제시한 것이다.


1,800정 처방, 약 배송을 막으면 예방할 수 있었나

그러나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약 배송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처방은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약국은 처방전을 토대로 약을 조제한다. 배송은 처방과 조제가 끝난 이후의 전달 단계다.

약 배송이 허용되지 않았더라도 환자가 약국을 직접 방문해 약을 받아갔다면 과다처방과 중복조제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처방과 조제 과정에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다.

의료기관과 약국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인 DUR을 통해 동일 성분 중복처방이나 병용금기 등을 점검할 수 있다. 다른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전체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 성분 의약품의 복용기간이 남아 있으면 중복처방 관련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

이번 사례에서는 다음 사항이 규명돼야 한다.

  • - 9개 의료기관의 처방 과정에서 DUR 경고가 발생했는지

  • - 경고가 발생했다면 의사가 어떤 사유로 처방을 유지했는지

  • - 1회 10정이라는 용량이 입력 오류인지 실제 처방 판단인지

  • - DUR이 경고하지 않았다면 어떤 시스템상 허점이 있었는지

  • - 특정 약국은 여러 처방전을 조제하면서 왜 의료기관에 확인하지 않았는지

  • - 환자가 실제로 조제받고 전달받은 총수량은 얼마인지

특히 여러 의료기관의 처방전이 한 약국에 집중됐다면 해당 약국은 동일 환자의 반복처방 사실을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약 배송의 위험성을 주장하기 전에 약국의 처방 점검과 조제 과정이 적절했는지도 함께 밝혀야 한다.


정상적인 장기처방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돼

이번 사례를 이유로 모든 의약품의 재진 처방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안정적으로 장기 복용하는 환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제뿐 아니라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같은 탈모치료제도 장기 복용이 기본이다. 상태가 안정된 환자가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처방받는 것과, 오남용 가능성이 있는 약을 여러 의료기관에서 단기간 반복 처방받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재진 처방기간이 일률적으로 줄어들면 환자는 더 자주 진료받아야 하고 진료비와 시간 부담도 커진다. 탈모치료제처럼 꾸준한 복용이 중요한 약에서는 복약 지속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필요한 것은 모든 의약품의 장기처방을 막는 규제가 아니다. 동일 환자의 중복처방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오남용 우려가 큰 성분이나 비정상적인 용량에 대해서는 처방과 조제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교한 관리체계다.

이번 1,800정 처방 의심 사례가 보여준 것은 비대면진료의 위험성만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처방을 내린 의료기관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DUR, 여러 처방전을 조제한 약국까지 기존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비대면진료가 여러 의료기관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위험을 키웠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의사의 과다처방이나 약국의 점검 없는 조제를 면책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

최영훈 편집장 med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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