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나우의 탈모약 최저가 약국 찾기 화면. 개정 약사법은 플랫폼의 가격 비교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과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의 의약품 공급을 제한한다. 사진=닥터나우 홈페이지 화면 캡처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의약품 도매업의 이해관계를 차단하는 개정 약사법이 공포되면서 플랫폼 기업이 직접 구축한 탈모약 공급망도 재편을 앞두게 됐다.
정부는 15일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과 특수관계 도매상을 통한 공급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9월 15일부터 시행된다.
국회는 지난 8월 20일 해당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당시에는 공포 전이어서 시행일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공포로 규제 내용과 시행 시점이 법률로 확정됐다.
개정법은 비대면진료 중개업자를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사유에 포함한다. 플랫폼과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도 해당 플랫폼과 이용계약을 맺은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다.
다른 도매상을 중간에 두는 우회 공급도 제한된다. 특수관계인의 범위에는 개인과 법인의 임원, 2촌 이내 친족, 사실상 지배관계에 있는 사람과 관련 법인 등이 포함된다.
이번 개정안이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린 배경에는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사업이 있다.
닥터나우는 2024년 의약품 도매 자회사 비진약품을 설립해 비대면진료 수요가 많은 의약품을 제휴약국에 공급했다. 2025년에는 비진약품을 흡수합병하고 관련 계약을 승계해 온라인 의약품 도매사업을 직접 운영해왔다.
공급 품목에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피나온·피나앤과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두타앤연질캡슐 등 남성형 탈모치료제도 포함됐다.
닥터나우가 이들 의약품을 제조한 것은 아니다. 제약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매입해 약국에 공급하는 의약품 도매 역할을 한 것이다.
비진약품에서 비대면진료 수요가 많은 의약품을 구매한 제휴약국에는 앱에 ‘조제확실’ 표시가 제공됐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거래가 약국의 상단 노출과 처방전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닥터나우는 의약품을 재구매해야만 제휴약국 자격이나 상단 노출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약국에 특정 의약품을 묶어 공급하던 패키지 구매 조건도 폐지했다고 밝혔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닥터나우는 비대면진료 중개사업과 현재와 같은 의약품 도매사업을 함께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도매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더라도 플랫폼과 지분·임원 또는 사실상 지배관계가 인정되면 해당 플랫폼 이용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다. 다른 도매상을 경유하는 방식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이번 법이 플랫폼 이용약국의 탈모약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거나 저렴한 약국을 선택하는 것도 금지되지 않는다.
플랫폼과 관계없는 일반 의약품 도매상이 저가 탈모약을 약국에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제네릭 제품과 약국 간 가격 경쟁은 계속될 수 있다.
달라지는 것은 플랫폼이 직접 의약품 공급망을 운영하면서 해당 의약품을 보유한 제휴약국을 환자에게 연결하거나 노출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다.
법 시행까지는 1년이 남았다. 이 기간 닥터나우가 도매사업을 매각하거나 중단할지, 기존 공급계약과 약국 재고는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피나온·피나앤·두타앤연질캡슐 등 기존에 플랫폼 도매망을 통해 공급된 탈모약의 유통경로와 공급가격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플랫폼 계열 도매망이 차단된다고 저가 탈모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급업체 변경이나 유통단계 조정에 따라 일부 제품의 약국 공급가격과 소비자 판매가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탈모 환자 입장에서는 법 시행 전후로 플랫폼 내 약국별 탈모약 가격과 재고, 제품 구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과 도매업의 분리가 환자의 선택권을 유지하면서 의약품 가격 경쟁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이번 개정법의 또 다른 관전 지점이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