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진료가 오는 12월 제도 시행을 앞둔 가운데 진료 중개와 전자처방전 전달을 민간 플랫폼이 아닌 공공시스템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보건복지부에 공공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의 구축 계획과 일정을 제도 시행 전에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건약은 의료기관과 약국을 거리와 대기시간 등 객관적인 조건 또는 무작위 방식으로 연결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돈을 받고 검색 상단 노출 순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도 진료 연결에 필요한 범위로 제한하고,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유료 서비스나 상품을 권유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자와 의료 마이데이터 전문기관의 지위도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민간 플랫폼이 광고비와 수수료를 기준으로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우선 노출하고, 진료·처방정보를 별도의 영리사업에 활용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간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검색 순위 판매, 특정 약국 유도 등을 규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시스템이 환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정해주는 방식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탈모인뉴스도 지난 8월 국민제안을 통해 민간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공공 비대면진료 지원도구 구축을 정부에 제안했다.
제안의 핵심은 민간 플랫폼의 기능 전체를 공공시스템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진료비 결제와 전자처방전 전달 등 비대면진료에 꼭 필요한 기능을 국가가 기본 인프라로 제공하자는 것이다.
환자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은 뒤 전자처방전을 직접 확인하고, 자신이 선택한 약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간단하고 실용적인 구조다. 민간 플랫폼의 상업적 유도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환자의 병원·약국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건약의 이번 제안은 비대면진료 중개와 전자처방전 전달을 민간 플랫폼에만 맡기지 말고 공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탈모인뉴스의 정책제안과 방향을 같이한다.
다만 거리와 대기시간 또는 무작위 방식으로 약국을 연결하자는 방안은 별개의 문제다. 민간 플랫폼의 상업적인 노출을 막는 것과 환자의 약국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공공시스템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약국을 정해준다면 광고비에 따른 민간 플랫폼의 노출 알고리즘을 공공기관의 배정 알고리즘으로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 거리나 대기시간만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국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특히 탈모약과 같은 비급여 의약품은 약국마다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이 다를 수 있다. 가까운 약국을 원하는 환자도 있지만,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약국을 선택하려는 환자도 있다. 기존에 이용하던 약국이나 복약상담을 신뢰하는 약국을 계속 이용하려는 환자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공공시스템은 환자를 대신해 약국을 배정하기보다 약국의 거리와 영업시간, 조제 가능 여부, 예상 대기시간, 의약품 수령·배송 가능 여부와 예상 부담액 등을 동일한 기준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약국을 이용할지는 환자가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되면 약국 간 경쟁도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약국은 이전에도 위치와 접근성, 의약품 재고, 조제 속도, 복약상담과 가격 등을 놓고 경쟁해왔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없던 경쟁을 새로 만들었다기보다 환자가 알기 어려웠던 약국별 차이를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게 만든 측면이 크다.
약국을 보호하기 위해 환자의 가격 비교를 막기보다는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불공정 계약, 특정 도매업체 이용 강요, 광고성 상단 노출 등을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약 배송을 둘러싼 안전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본인 확인과 오배송 방지, 배송 과정의 온도관리, 복약지도 등 구체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해 해결해야지, 이를 이유로 환자의 배송 이용과 약국 선택 자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MBC는 지난 10일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받은 일반 환자까지 약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자단체는 비대면으로 진료받고도 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가야 한다면 제도의 의미가 떨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과 환자 안전, 동네약국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진료에서 필요한 것은 경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환자에게 불리하게 왜곡되지 않도록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약국의 광고비가 환자의 선택을 좌우해서도 안 되지만, 공공시스템의 무작위 배정이 환자의 선택을 대신해서도 안 된다. 공공시스템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최종 선택은 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