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시작된 탈모 신약 기대감이 국내 탈모치료 관련주와 치료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탈모인뉴스 제작
미국에서 시작된 탈모 신약 투자 열기가 국내 증시까지 번졌다.
그런데 국내에서 함께 오른 기업들을 살펴보면 미국 신약 기업들과 직접적인 사업 관계가 있는 회사들만 움직인 것은 아니다.
조선비즈가 9월 8일 보도한 최근 6거래일 주가를 보면 삼익제약은 62.89%, JW신약은 55.65%, 현대약품은 31.97%, 바이오니아는 20.14%, 메타랩스는 9.78% 상승했다.
9월 8일 장중에도 탈모 치료 테마가 강세를 보이며 JW신약과 삼익제약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이들 회사의 실제 사업은 상당히 다르다.
그런데 왜 주가는 함께 움직였을까.
단순히 특정 탈모 신약의 성공 기대라기보다, 새로운 치료제 등장으로 탈모치료 시장 자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시장으로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흐름의 출발점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베라더믹스, 앱사이, 코스모 등 새로운 탈모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베라더믹스는 경구용 미녹시딜 제제를 개발하고 있고, 앱사이는 AI를 활용한 항체 기반 탈모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코스모 역시 새로운 국소 탈모치료제의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 등이 치료의 중심을 차지했던 탈모시장에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지 않는 회사도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현대약품은 미녹시딜 성분의 ‘마이녹실’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탈모치료제 기업이다.
JW신약 역시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경구제와 알파트라디올·미녹시딜 외용제 등 이미 허가된 탈모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다. 모발 관리 화장품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새로운 탈모 신약이 성공한다고 해서 이들 회사의 기존 제품 매출이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치료제가 기존 미녹시딜이나 피나스테리드와 경쟁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존 치료제 기업까지 함께 올랐다는 것은 시장이 개별 제품의 직접적인 수혜만 계산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 기존에는 치료를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병원을 찾거나, 치료 효과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이 새로운 선택지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치료 방법이 다양해질수록 탈모를 단순한 외모 고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려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기존 탈모약, 새로운 신약, 장기지속형 주사제, 바이오기술 등 탈모치료 분야 전반의 시장 확대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이해하기 좋은 사례가 현대약품이다.
현대약품은 미국 탈모 신약 기업들과 직접 연결돼 있지 않지만 최근 6거래일 동안 31.97% 상승했다.
미국 신약의 직접적인 수혜라기보다는 ‘탈모치료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기대가 기존 탈모치료제 기업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바이오니아는 조금 다른 사례다.
현재 판매하는 코스메르나는 의약품이 아니라 일반 화장품이다. 회사도 사업보고서에서 코스메르나와 SAMiRNA 신약 후보물질을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니아라는 회사 자체는 RNAi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시장에서는 코스메르나라는 현재 제품의 법적 분류만 보기보다는 향후 탈모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RNA 기반 바이오기술까지 함께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샴푸나 일반 두피 화장품 기업과 바이오니아의 주가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탈모치료제가 주목받는 과정에서 비만치료제 시장과 비교하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치료제가 이전에 없던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냈던 만큼 투자자들이 다음 소비자 중심 의약품 시장을 찾는 과정에서 탈모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탈모치료 시장이 비만치료제와 같은 규모로 성장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신약은 임상시험 실패 가능성이 있고, 실제 허가를 받더라도 가격과 효과, 부작용, 기존 치료제와의 경쟁 등에 따라 시장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최근 탈모 관련주의 상승을 특정 기업의 실적 개선이나 신약 성공 가능성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
다만 이번 움직임이 보여주는 한 가지 변화는 분명하다.
미국에서 시작된 몇몇 탈모 신약에 대한 기대가 국내에서는 ‘앞으로 탈모치료를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치료 방법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시장 확대 기대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탈모주의 급등은 단기적으로는 테마주 현상이다.
그러나 그 테마를 만들어낸 배경에는 탈모가 다시 하나의 큰 치료시장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