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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14 09: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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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탈모 치료 바꾼 JAK 억제제…‘면역세포의 잘못된 공격 신호’를 막는다


올루미언트·리트풀로 이어 린버크까지 원형탈모 치료 경쟁
모낭 공격하는 면역신호 차단해 모발 성장 회복
효과만큼 감염·장기 안전성 관리 중요…치료 중단 후 재발도 과제


원형탈모 치료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원형탈모 치료는 스테로이드 등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치료가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특정 면역 신호를 차단하는 'JAK 억제제'가 중증 원형탈모의 새로운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화이자의 '리트풀로(리틀레시티닙)'가 이미 원형탈모 치료제로 등장했고, 최근에는 애브비의 '린버크(우파다시티닙)'도 중증 원형탈모 3상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하며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그런데 JAK 억제제는 어떻게 빠진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원형탈모가 왜 생기는지를 알아야 한다.


원형탈모는 모낭을 '적'으로 오인하는 질환

원형탈모는 단순히 모근이 약해져 머리카락이 빠지는 질환이 아니다.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자신의 모낭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쉽게 표현하면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공격해야 할 대상과 자신의 모낭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특히 원형탈모에서는 모낭이 정상적으로 가지고 있던 일종의 면역 보호환경인 '면역특권(immune privilege)'이 무너지고, 세포독성 T세포를 중심으로 한 면역반응이 모낭을 공격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모낭이 정상적인 성장주기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다만 왜 어떤 사람에게서 이러한 면역계의 오인이 시작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소인과 여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JAK는 면역세포가 사용하는 '통신망의 중계기'

여기서 JAK가 등장한다.

면역세포는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때 '공격하라', '염증반응을 일으켜라'와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이 사이토카인이다.

원형탈모에서는 인터페론 감마(IFN-γ), IL-15 등을 포함한 면역신호가 질환의 발생과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토카인이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도착했다고 해서 바로 세포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받은 명령을 세포 내부로 전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JAK-STAT 신호전달 경로다.

쉽게 비유하면 사이토카인이 '공격 명령'이라면 JAK는 그 명령을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통신망의 중계기'와 비슷하다.

원형탈모에서는 이 통신망을 통해 모낭을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계속 이어진다.


JAK 억제제는 잘못된 '공격 명령'의 전달을 막는다

JAK 억제제라는 이름 그대로 JAK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이다.

즉 면역세포에게 "모낭은 적이 아니다"라고 다시 가르치는 약이라기보다는 모낭을 공격하도록 이어지고 있는 면역신호의 전달을 차단하거나 약화시키는 치료제에 가깝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면역계가 모낭을 공격 대상으로 인식
→ 면역 공격 신호 발생
→ JAK-STAT 경로를 통해 신호 전달
→ JAK 억제제가 신호전달을 차단
→ 모낭에 대한 면역 공격 감소
→ 모낭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회복

따라서 JAK 억제제는 미녹시딜처럼 모발 성장을 직접 자극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발모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모발이 다시 자라지 못하게 만들던 면역 공격을 줄여 모낭이 정상적인 성장주기로 돌아갈 기회를 만들어주는 치료제라고 이해하는 것이 쉽다.


올루미언트·리트풀로·린버크, 무엇이 다를까

JAK라고 해서 하나의 단백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JAK 계열에는 JAK1, JAK2, JAK3, TYK2 등이 있고 각각 전달하는 면역신호에 차이가 있다.

현재 원형탈모 치료에서 주목받는 약들도 표적으로 하는 신호가 조금씩 다르다.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는 주로 JAK1과 JAK2를 억제한다. 미국에서는 2022년 성인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 처음 승인된 전신치료제다.

리트풀로(리틀레시티닙)는 JAK3와 TEC 계열 키나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12세 이상 중증 원형탈모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돼 청소년 치료까지 영역을 넓혔다.

린버크(우파다시티닙)는 JAK1에 보다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두 건의 대규모 3상에서 중증 원형탈모 치료 효과가 확인됐으며 유럽에서는 12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의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 승인됐다.

즉 세 약 모두 면역신호를 억제한다는 큰 원리는 같지만 어느 신호 전달 경로를 상대적으로 더 선택적으로 차단하는지에는 차이가 있다.

이는 향후 JAK 억제제 치료에서 중요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약이 가장 효과가 좋을까

현재 나온 각각의 임상시험 결과만 단순하게 나열하면 약에 따라 모발 회복률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비교해 "어떤 JAK 억제제가 가장 강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각 약의 임상시험은 환자의 연령과 탈모 정도, 질환 지속기간, 치료기간, 평가방법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에서 두 약을 직접 비교하는 'head-to-head' 임상시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개별 임상시험의 숫자만으로 치료제의 우열을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실제 치료에서는 단순한 발모율뿐 아니라 환자의 나이, 원형탈모의 중증도와 지속기간, 동반질환, 부작용 위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잘못된 통신'만 막는 것이 아니라는 것

JAK 억제제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한계도 바로 여기에 있다.

JAK 신호는 원형탈모를 일으키는 면역세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이 실제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울 때도 면역세포들은 이러한 신호전달 체계를 이용한다.

먹는 JAK 억제제는 혈액을 통해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두피 모낭 주변의 잘못된 면역신호만 골라 차단할 수 없다.

원형탈모를 일으키는 '잘못된 공격 명령'을 차단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면역반응에 필요한 일부 신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JAK 억제제를 사용할 때는 감염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이나 결핵을 비롯한 심각한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약에 따라 혈구수, 간기능, 지질수치, CPK 등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JAK 억제제 계열에서는 중대한 감염뿐 아니라 악성종양, 주요 심혈관계 사건, 혈전증 등에 대한 경고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렇다고 JAK 억제제를 복용하면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흡연 여부, 심혈관 위험인자 등에 따라 실제 위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전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치료 중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가 다시 났다고 치료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있다.

JAK 억제제가 면역계가 모낭을 공격하게 된 근본 원인을 없애는 치료는 아니라는 점이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공격 신호를 억제해 머리카락이 다시 자랐더라도 치료를 중단하면 면역반응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탈모가 재발할 수 있다.

최근의 원형탈모 연구에서도 JAK 억제제 감량이나 중단 이후뿐 아니라 치료를 지속하는 일부 환자에서도 재발이 관찰되고 있으며, 일부 환자는 충분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가, 언제까지 약을 복용해야 하는가, 장기간 복용했을 때 안전한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다음 경쟁은 '더 강한 억제'보다 '더 정확한 억제'

JAK 억제제가 중증 원형탈모 치료를 크게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치료제가 단순히 면역반응을 더욱 강하게 억제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원형탈모에 필요한 면역신호는 충분히 차단하면서 정상적인 면역기능에는 가능한 한 영향을 덜 주는 선택성 높은 치료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정 JAK이나 다른 면역신호를 더욱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방법, 전신 노출을 줄이는 치료법, 환자의 면역학적 특성에 따라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방법 등도 연구 과제가 될 수 있다.

장기 안전성 자료 역시 계속 축적돼야 한다. 실제로 바리시티닙은 원형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수년에 걸친 안전성 자료가 축적되고 있으며, 리틀레시티닙 역시 최근 최대 약 5년에 이르는 통합 안전성 분석이 발표됐다.

원형탈모 치료는 이제 '면역을 억제하면 머리가 난다'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어떤 면역신호를, 어떤 환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억제해야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가.

올루미언트과 리트풀로에 이어 린버크까지 등장하면서 앞으로 JAK 억제제의 경쟁은 단순한 발모 효과보다 이러한 질문에 얼마나 잘 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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