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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5-19 1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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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탈모약은 이미 현장에서 쓰이는데… 왜 심평원은 ‘허가초과 사용’을 불승인했나



  •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허가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 불승인 사례(2026.05.12 공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허가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불승인 사례’ 가운데 탈모 치료 관련 사례가 포함되며 의료계와 탈모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공개 목록에는 최근 피부과와 탈모 진료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Low Dose Oral Minoxidil, LDOM)과 여성형 탈모 치료에 활용되는 스피로노락톤 계열 약제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단순히 “먹는 미녹시딜 금지” 또는 “탈모약 처방 불허”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례의 핵심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오프라벨(off-label) 치료와 제도권의 공식 인정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 데 있다는 분석이다.


약제는 원칙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범위 안에서 사용된다. 예를 들어 Minoxidil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이후 바르는 외용제가 탈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지만, 경구 미녹시딜은 현재 국내에서 탈모 치료 적응증을 공식 허가받은 상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허가사항 외 사용(off-label)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LDOM)이 외용 미녹시딜 사용 후 피부염이나 자극 증상이 발생한 환자, 여성형 탈모 환자, 복합 탈모치료 환자 등을 중심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여성 탈모 영역에서는 Spironolactone 역시 함께 사용되는 대표적인 오프라벨 약제로 꼽힌다. 스피로노락톤은 원래 고혈압·심부전 등에 사용하는 이뇨제 계열 약물이지만 실제 피부과 진료 현장에서는 여성형 안드로겐 탈모와 호르몬성 여드름 치료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번 사례는 건강보험 급여 신청과는 다른 개념이다. 일부에서는 “보험 적용 신청이 거절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특정 병원이 해당 약제를 허가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인 승인을 요청한 사례에 가깝다. 의료기관은 병원 내부 프로토콜 운영, 다수 환자 대상 체계적 사용, 법적 안정성 확보, 안전성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허가초과 사용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대학병원이나 대형 의료기관에서는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보다 공식적인 형태로 운영하려는 경우가 많다.

즉 이번 신청은 단순한 개인 처방 차원을 넘어 “먹는 미녹시딜 탈모치료를 제도권 내 공식 프로토콜 수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시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심평원 공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례는 제출된 자료의 의학적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승인됐다. 이는 현재 탈모 치료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 관련 해외 논문과 임상 경험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국제 피부과 학계에서는 여성형 탈모, 만성 휴지기 탈모, 안드로겐성 탈모 영역에서 관련 연구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일부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실제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장기 안전성 데이터와 대규모 임상 근거, 표준화된 용량 기준 등이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경구 미녹시딜은 원래 혈압약으로 개발된 만큼 저혈압, 심계항진, 빈맥, 부종 등 심혈관계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한다. 심평원 입장에서는 실제 사용 빈도와 별개로 탈모 치료 목적으로 장기 사용했을 때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는지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사례를 두고 “먹는 미녹시딜 처방이 불법이 됐다”는 식의 해석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의 재량 판단 아래 허가사항 외 처방 자체는 가능하다. 즉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과 여성 탈모 목적 스피로노락톤 등은 실제 피부과와 탈모 진료 현장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이번 불승인의 의미는 국가가 아직 공식적인 표준 프로토콜 수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데 가깝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례가 탈모 치료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탈모 치료가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외용 미녹시딜 등 비교적 제한된 영역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LDOM), 스피로노락톤, 성장인자 기반 치료, 재생의학 기반 접근, 복합 탈모치료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탈모 치료가 단순 질환 치료보다 삶의 질, 외모 관리, 예방적 관리, 소비자 중심 의료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실제 임상 현장의 사용 경험과 제도권의 근거 중심 관리 체계 사이의 간극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의사 경험과 환자 후기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객관적 촬영 데이터, 장기 추적 결과, 안전성 통계 등 근거 기반 치료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탈모 치료 역시 점점 제도권 수준의 근거 확보가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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