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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훈 대한모발학회장 “환자에게 직접 도움 되는 임상연구 강화하겠다” 국내 다기관 연구 기반 활용해 신약·의료기기 임상 활성화… 2026-08-19
최영훈 medchoi@naver.com


허창훈 대한모발학회장 “환자에게 직접 도움 되는 임상연구 강화하겠다”


국내 다기관 연구 기반 활용해 신약·의료기기 임상 활성화…

“세계 모발 연구에서 한국 위상 크게 높아져”


사진: 교수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허창훈 대한모발학회장


허창훈 대한모발학회장이 임기 중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로 임상연구 활성화와 국제 교류 확대, 중증 원형탈모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꼽았다.

허 회장은 최근 탈모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환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단계가 임상연구”라며 “대한모발학회가 가진 전국적인 연구 기반을 활용해 임상연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모발학회는 모발과 두피질환을 연구하는 피부과 전문의와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학술단체다. 학술 연구뿐 아니라 탈모와 두피질환 환자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전달하고, 관련 제도의 개선안을 제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허 회장은 “환자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며 “환자단체의 역할도 있지만 학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의 입장을 대신 전달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모발학회는 탈모 치료제의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기준 등에 대한 정부와 관계기관의 의견 조회에 참여해 왔다. 학회가 의견을 제출하려면 회원들의 견해를 모으고 관련 연구와 의학적 근거를 검토해야 한다.

허 회장은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을 제출할 수는 없다”며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리한 뒤 과학적인 근거와 참고문헌까지 갖춰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회 활동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모발과 두피질환 연구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어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임상연구, 기초연구보다 가치 낮지 않아”

허 회장이 임기 중 가장 힘을 싣고 싶은 분야는 임상연구다.

그는 그동안 학계에서 기초연구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임상연구를 다소 낮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이 실제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어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려면 임상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허 회장은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라면 그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연구 결과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가 임상연구이기 때문에 학회 차원에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모발학회는 국내 여러 대학병원에서 모발질환을 연구하는 교수와 전문의들이 참여하고 있어 다기관 임상연구를 수행하기 좋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 비교적 표준화된 진료체계와 연구 역량, 의료기관 간 협력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허 회장은 “전국에서 모발을 연구하는 대학 교수들이 학회에 참여하고 있어 임상연구를 진행하기에 좋은 플랫폼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이러한 기반을 학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탈모 신약이나 의료기기가 있어도 실제 효과를 입증하는 과정에서는 해외 연구에 의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이나 의료기기의 효과를 한국에서 제대로 입증할 수 있다면 국내 연구자들이 국제적으로 연구 결과를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다”며 “임상연구가 기초연구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연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국제 임상에서 ‘한국 환자 쿼터’ 확대 노력

허 회장은 해외 제약사가 진행하는 국제 임상시험에서 한국 환자의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봤다.

다국가 임상시험은 전체 시험 참여 환자 수를 국가별로 배분한다. 어느 국가에 더 많은 환자를 배정할지는 해당 국가 의료진의 연구 수행 능력과 환자 모집 역량, 연구자료의 신뢰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허 회장은 그동안 원형탈모 신약의 국제 임상시험이 시작될 때 국내 환자에게 더 많은 참여 기회가 돌아올 수 있도록 제약사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약회사가 해당 국가에서 임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어야 더 많은 환자를 배정한다”며 “국내 연구진의 역량과 기존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한국에 더 많은 임상시험 쿼터를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일부 국제 임상시험에서는 한국에 비교적 많은 환자 수가 배정된 사례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상시험 참여는 환자에게 아직 국내에 정식 도입되지 않은 치료제를 비교적 빨리 접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검사와 진료, 약제 지원을 받으면서 일정 기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환자 안전성이 충분히 검토되고, 임상시험 참여에 따른 이익과 위험이 정확히 안내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허 회장은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조건에서 임상시험 참여는 환자가 새로운 치료제를 조금 더 빨리 사용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환자의 임상자료를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구권 중심으로 진행되는 연구에서는 동양인 환자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동양인에 대한 연구자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바로 중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임상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강점을 국제 제약사와 연구기관에 계속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WCHR 2026 계기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

허 회장은 올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모발연구학회 WCHR 2026을 통해 대한모발학회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학회에는 약 1,700명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약 1,300명이 해외에서 온 참가자였다. 참가국도 약 60개국에 달했다.

과거 제주에서 열렸던 세계모발연구학회가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00명의 참석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허 회장은 “이번 학회를 통해 세계 모발 연구 분야에서 대한모발학회가 가진 위상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회원들도 체감했다”며 “이제는 커진 위상에 맞게 국제적인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학회 개최 과정에서 쌓은 해외 연구자들과의 관계가 일부 임원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배 연구자들이 구축한 국제 네트워크를 젊은 연구자에게 연결해 지속적인 공동연구와 교류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학회를 준비하며 만든 해외 연구자들과의 관계와 인프라를 후배들에게 잘 넘겨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공동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향후 5년, 한국과 중국 역할 더욱 커질 것”

세계 모발 연구의 중심축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 허 회장의 진단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세계 모발 연구를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국가별 학회 규모와 연구 인력, 산업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모발질환을 연구하는 의료진과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제적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허 회장은 “중국 모발학회는 참가자와 연구자, 후원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2030년 세계모발연구학회 개최지로 중국이 결정된 것도 이러한 연구·산업 기반의 성장을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5년 정도가 지나면 세계 모발 연구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중국보다 먼저 쌓은 학술활동과 학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 연구자들에게 여러 노하우를 전달하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학회에서 적극적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해외 연구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젊은 연구자를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증 원형탈모 급여화 이후 과제도 산적

허 회장 임기에는 중증 원형탈모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7월부터 성인 중증 원형탈모 환자에게 바리시티닙 성분의 JAK 억제제인 올루미언트의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환자의 약제비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급여 기준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급여 시행 전에 임상시험이나 비급여 처방으로 치료를 시작해 이미 증상이 개선된 환자가 치료 전 SALT 점수와 사진을 충분히 제출하지 못하면 급여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허 회장은 “급여화라는 결실을 맺었지만 세부 기준이 학회와 현장에서 기대한 방향으로 모두 마련된 것은 아니다”며 “기존 치료 환자와 임상시험 참여 환자,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원형탈모 치료제의 허가와 급여 논의가 이어질 예정인 만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학회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의 최종 목적은 환자

허 회장이 강조한 임상연구와 국제 교류, 건강보험 제도 개선은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연구 성과가 실제 환자의 치료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모발학회는 앞으로 국내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고, 국제 임상시험에서 한국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한편 탈모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제안도 이어갈 계획이다.

허 회장은 “대한모발학회는 모발과 두피질환을 연구하는 학술단체이지만, 연구만을 위한 연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학회가 가진 전문성과 연구 역량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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