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medchoi@naver.com
서방형 먹는 미녹시딜, 여성형 탈모 대규모 임상 등록 완료…정식 탈모약 될까
베라더믹스, 여성형 탈모 대상 VDPHL01 후기 임상 환자 등록 완료
고혈압약 미녹시딜을 서방형으로 재설계…효과 유지하면서 안전성 개선 목표
WCHR 2026서 남성 대상 2/3상 결과 공개…여성 대규모 임상 결과는 2027년 상반기 예정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위한 AI제작 이미지
탈모 치료 현장에서 허가 외 처방되고 있는 ‘먹는 미녹시딜’을 정식 탈모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제약기업 베라더믹스(Veradermics)는 지난 8월 11일 여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서방형 경구 미녹시딜 VDPHL01을 평가하는 허가 목적 후기 임상 Study 306의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목표 환자 등록을 마쳤다는 것으로, Study 306의 주요 임상 결과는 2027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임상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또 하나의 미녹시딜 연구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탈모 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탈모 치료용 경구제로는 허가받지 않은 미녹시딜을 탈모 치료에 적합한 제형으로 다시 설계해 정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약 미녹시딜이 먹는 탈모약으로 사용되는 이유
미녹시딜은 처음부터 탈모약으로 개발된 성분이 아니다.
원래 혈압을 낮추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으며, 복용 환자에게서 체모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모발 성장 효과가 알려졌다. 이후 바르는 미녹시딜이 탈모 치료제로 개발돼 현재까지 대표적인 탈모 치료제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녹시딜을 직접 복용하는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LDOM)도 탈모 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는 경구 미녹시딜은 탈모 치료를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약이 아니다. 고혈압 치료제로 허가된 약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낮은 용량으로 처방하는 ‘허가 외 사용(off-label)’이다.
미녹시딜은 혈관을 확장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혈압 저하, 심박수 변화, 부종 등 심혈관계 관련 이상반응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베라더믹스의 VDPHL01 개발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용량만 줄이지 말고 미녹시딜이 ‘나오는 속도’를 바꾼다면
VDPHL01의 성분 역시 미녹시딜이다.
차이는 약물이 몸속으로 전달되는 방식에 있다.
VDPHL01은 ‘서방형(徐放型)’ 경구 미녹시딜이다. 서방은 한자 그대로 ‘천천히 내보낸다’는 의미로, 약물이 한꺼번에 방출되지 않고 일정 시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도록 만든 제형을 말한다.
서방형 기술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고혈압,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 치료제에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약물전달 방식이다.
베라더믹스는 이 기술을 경구 미녹시딜에 적용했다.
회사에 따르면 VDPHL01은 젤 매트릭스(gel matrix)를 이용해 미녹시딜이 장시간에 걸쳐 방출되고 지속적으로 흡수되도록 설계됐다.
일반적인 속방형 경구 미녹시딜을 복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높은 최고혈중농도(Cmax)를 피하면서도 모발 성장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약물 노출시간은 늘리겠다는 것이 개발의 핵심이다.
쉽게 말해 기존 탈모 치료가 미녹시딜의 ‘용량을 낮추는 방법’에 주목했다면, 베라더믹스는 여기에 ‘약물이 몸에 들어오는 속도’를 바꾸는 방법을 더한 것이다.
궁극적인 질문은 하나다.
미녹시딜의 혈중 최고농도를 낮추면서 모발 성장에 필요한 약물 노출을 유지한다면 효과는 유지하고 안전성은 개선할 수 있을까.
다만 서방형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작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개발 전략이 실제 환자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으로 이어지는지는 대규모 임상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WCHR 2026에서도 발표된 서방형 먹는 미녹시딜
VDPHL01은 지난 5월 열린 2026 세계모발연구학회(World Congress for Hair Research·WCHR 2026)에서도 소개됐다.
당시 발표된 연구는 이번 여성 대상 Study 306이 아니라 남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Study 302였다.
Study 302는 경도에서 중등도의 남성형 탈모 환자 500명 이상이 참여한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방식의 허가 목적 임상 2/3상이다.
베라더믹스가 WCHR 2026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VDPHL01은 연구의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하루 한 번 투여군에서는 6개월 후 비연모(non-vellus hair) 수가 평균 약 30.3개/㎠ 증가했다. 회사는 해당 연구에서 심장 관련 특별관심 이상반응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남성형 탈모를 대상으로 VDPHL01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규모 후기 임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당시 발표는 베라더믹스가 공개한 임상 결과에 기반한 것이며, 장기간 사용에 따른 효과와 안전성은 추가적인 임상 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대규모 허가 임상 확대
베라더믹스는 이후 여성형 탈모에서도 개발을 이어갔다.
지난 7월에는 여성형 탈모 환자가 포함된 Study 207의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여성 참가자 28명에게 VDPHL01 4.5mg을 하루 한 번 또는 하루 두 번 6개월간 투여한 결과, 비연모 수가 각각 평균 22.7개/㎠와 23.3개/㎠ 증가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치료와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심장 관련 특별관심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참가자가 28명에 불과한 공개형 연구라는 점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Study 306의 의미가 크다.
여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VDPHL01의 효과와 안전성을 보다 큰 규모에서 검증하는 허가 목적 후기 임상이기 때문이다.
Study 306의 주요 결과는 2027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허가 밖의 먹는 미녹시딜, 정식 탈모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베라더믹스가 추진하는 VDPHL01 개발의 의미는 새로운 발모 성분을 발견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사용돼 온 미녹시딜을 탈모 치료에 보다 적합한 경구제로 다시 설계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탈모 치료 현장에서는 고혈압 치료용 미녹시딜을 낮은 용량으로 조절해 허가 외 처방하고 있다.
VDPHL01은 이와 달리 처음부터 남성형·여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해 탈모 치료제로 정식 허가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 피나스테리드 역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5mg 제제가 먼저 사용된 뒤 1mg 용량이 남성형 탈모 치료제로 별도의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를 거치면서 대표적인 먹는 탈모약으로 자리 잡았다.
VDPHL01 역시 기존 미녹시딜 성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용량만 바꾼 것이 아니라 약물의 방출 속도를 조절하는 서방형 제제로 다시 설계했다는 점이다.
VDPHL01이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 경구 미녹시딜과 차별화되는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허가까지 이어진다면, 지금까지 허가 외 처방에 의존했던 먹는 미녹시딜 치료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사용할 수 있는 경구 치료제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여성형 탈모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클 수 있다.
지난 WCHR 2026에서 남성형 탈모를 대상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서방형 경구 미녹시딜이 여성형 탈모에서도 대규모 임상을 통과해 정식 경구 탈모 치료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영훈기자(medchoi@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