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mtrs2000@naver.com
탈모 신약개발의 이면, 혁신 기전과 제도적 장벽의 대치
모낭 재생 기술 상용화 속도 내나 건보 급여 우선순위 논란에 발목
국내 탈모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탈모 치료 패러다임이 단순 증상 완화에서 모낭 세포 재생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장년층 환자들은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경구제, 미녹시딜 외용제 등에 의존해 왔으나 장기 복용에 따른 전신 부작용 우려와 투약 중단 시 재발하는 한계를 겪어 왔다. 최근 의학계와 바이오 업계는 유전자 조절, 줄기세포 활성화, 면역 신호 차단 등 새로운 기전을 도입해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혁신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분야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는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 영역이다. 모낭을 공격하는 면역 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JAK(야누스크나제) 억제제’ 계열의 신약들이 글로벌 임상 3상을 거쳐 잇따라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화이자의 ‘리트풀로캡슐’과 릴리의 ‘올루미언트’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임상 현장에서 처방되고 있다.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약제는 중증 환자의 두피 모발을 80% 이상 재생시키는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다.
중장년층 남성에게 빈발하는 안드로겐성(남성형) 탈모 치료제 개발 역시 신제형 기술을 중심으로 순항 중이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하기 위해 한 달 또는 석 달에 한 번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발이 국내 바이오기업 인벤티지랩 등을 통해 임상 단계에서 고도화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리보핵산(RNA) 분석 기술을 접목해 휴지기 모낭을 성장기로 전환하는 펩타이드 외용제 및 국소 부위에만 작용해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항안드로겐 신약들이 임상 2상과 3상을 활발히 전개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도약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가장 큰 쟁점은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둘러싼 재정적·사회적 합의 부족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건강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탈모 치료제의 급여 확대를 검토하고 공론화를 시도했으나, 최근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관련 대국민 토론회를 전격 중단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한정성을 고려할 때, 생명과 직결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보다 탈모 치료제를 우선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른 결과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등은 필수의료 붕괴 위기와 4대 중증질환 보장률 하락을 경고하며 탈모 급여화에 우려를 표명했다.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고액의 약제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비중증 질환인 탈모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건강보험 제도의 기본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탈모 신약이 시장에 출시되더라도 비급여 장벽에 가로막히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혁신 신약의 혜택이 중장년층 환자들에게 온전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의학적 필수성과 재정 건전성을 모두 충족하는 정밀한 제도적 기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탈모인뉴스(www.talmoin.net) 이진우 기자





